고구마 수확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고구마를 심고 나면 어느 날부터인가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너무 일찍 캐면 작고 맛이 덜할까 걱정되고, 너무 늦게 캐면 상하거나 껍질이 두꺼워질까 조마조마하고요. 그래서 매년 이맘때쯤이면 땅속을 슬쩍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이 올라옵니다.

수확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먼저 기준이 되는 건 심은 날짜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고구마를 심은 지 100-120일 정도 지나면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치일 뿐이고, 지역의 기후나 품종, 그해의 날씨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신호들도 함께 봐야 합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줄기와 잎의 상태를 살펴보는 겁니다. 푸릇하던 줄기 끝이 누렇게 변하고 잎에 생기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면 땅속 고구마도 익어가고 있다는 뜻이에요. 또 줄기와 잎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던 게 조금 정체된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 그때가 수확 시기를 고민할 시점입니다.

기온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구마는 추위에 약한 작물이라 기온이 13도 아래로 떨어지면 뿌리가 상하기 시작합니다. 보통은 최저 기온이 15도 안팎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수확을 서두르라고들 하죠. 갑작스러운 가을비가 예고돼 있을 때도 땅속 고구마가 물러질 수 있으니 미리 캐는 게 낫고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몇 포기만 먼저 캐보는 겁니다. 고구마 크기가 손바닥보다 크고, 껍질이 얇지 않고 단단하며 잘 벗겨지지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수확해도 괜찮습니다. 반대로 껍질이 너무 얇거나 긁힌 자국이 쉽게 난다면 며칠 더 두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고구마 수확은 단순히 뽑아내는 작업이 아니라 한 해의 정성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잘 익은 고구마를 조심스레 캐서 햇볕에 잘 말려두면, 겨울 내내 든든한 간식이 되어줍니다. 판단 기준은 복잡해 보여도, 식물의 변화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아, 지금이다 싶은 때가 오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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