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석이라는 게 그냥 돌 하나 올려놓는 일 같지만, 사실은 도시의 교통, 배수, 보행자 안전까지 생각해서 아주 정교하게 정해지는 요소들이 많아요. 특히 재질과 규격은 현장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게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정해져 있어요. 설계도 없이 아무 거나 갖다 쓸 수는 없어요.
먼저 재질부터 보면, 가장 많이 쓰이는 건 화강석과 콘크리트예요.
화강석은 천연석이라 튼튼하고, 외관도 깔끔해서 고급스러운 인상도 줄 수 있어요. 보통은 도시 미관이나 경관이 중요한 곳, 예를 들면 공원 주변, 문화재 인근, 혹은 보도와 차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디자인 위주 지역에 사용돼요. 단점이라면 가격이 비싸고, 가공과 운반이 번거롭다는 거죠.
반면 콘크리트 경계석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일반적인 도로에는 거의 이걸 써요. 규격화도 잘 되어 있고, 내구성도 일정 수준 이상이라 유지관리도 쉬운 편이에요. 요즘엔 압축 강도를 높인 고강도 콘크리트 제품도 많이 나와서, 예전보다 훨씬 튼튼해졌어요.
규격은 주로 설치 위치와 용도에 따라 정해져요.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기본 경계석은 높이 150mm, 길이 1000mm, 폭은 250mm 정도가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보행자 우선도로처럼 턱을 낮춰야 하는 곳에는 낮은 경계석(예: 높이 100mm 이하)이 사용되기도 하고, 차도에서 차량 진입을 막아야 하는 구간은 일부러 턱이 높은 경계석을 쓰기도 해요.
모서리 부분이나 곡선 구간에서는 코너형 경계석이나 곡선형 경계석을 따로 제작해서 써요. 보도블럭과 이어지는 곳이라면 그 재질이나 색감까지 맞춰서 정리하는 경우도 있고요. 규격은 지방자치단체나 국토부 기준에 맞춰서 설계도면에 포함되어 결정되는데, KS 표준규격에 맞춰 생산된 제품이 대부분이에요.
설치 방법까지 포함해서 보면, 배수나 눈·비에 대비한 경사 설계, 시공 후의 높이 변화 등을 감안해서 약간 높이를 조정하거나, 바닥 기초를 다지고 나서 시공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단순히 줄 맞춰 세우는 게 아니라 도로 설계와 구조물의 일부로 정교하게 반영되는 거죠.
결국 경계석은 재질, 강도, 규격, 설치 위치, 배수 조건, 주변 시설과의 조화까지 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돼요. 눈에 잘 안 띄지만 없으면 바로 티 나는, 도시 설계의 숨은 조연 같은 존재라고 보면 딱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