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진행 시 필요한 조건이나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필리버스터는 의회에서 소수파가 법안 통과를 늦추거나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의사진행 지연 전략이에요. 특히 미국 상원에서 많이 활용되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일정 부분 비슷한 제도가 있어요. 원래 필리버스터는 의원이 상원 연단에서 밤새도록 발언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끄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작됐어요. 예전에는 실제로 10시간, 20시간 이상 혼자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그렇게 장시간 발언을 직접 하지 않아도 절차적으로 필리버스터 선언만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법안 표결을 바로 진행할 수 없고, 토론을 종료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해요. 이걸 ‘클로저(cloture)’라고 해요. 클로저를 신청하려면 우선 상원의원 16명이 서명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신청 후 이틀 정도 지나서 표결을 진행할 수 있어요. 클로저가 성립하려면 전체 100명의 상원의원 중에서 최소 60명이 찬성해야 해요. 단순 과반수가 아니라 60명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는 건, 소수파의 의견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 위해 높은 기준을 설정해 둔 거예요.

만약 60명 이상 찬성을 얻어서 클로저가 통과되면 토론을 강제로 종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바로 표결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최대 30시간 동안 추가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요. 이 추가 토론 시간은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마지막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해요. 그 이후에야 비로소 법안 표결이 가능해져요. 상황에 따라 한 번의 클로저로 해결되지 않고, 두세 번 이상 시도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필리버스터가 걸리면 입법 과정이 상당히 늦어질 수밖에 없어요.

결국 필리버스터는 소수파가 다수파의 법안 강행을 견제하고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동시에 다수파 입장에서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60명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합의를 모색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필리버스터는 단순한 방해 전략이라기보다, 정치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타협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어요. 다만 남용되면 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부작용도 있어서, 개혁이나 제한 필요성이 주기적으로 논의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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