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은 일반적으로 꽃이 참 잘 피는 식물이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이상하게도 잎은 무성한데 꽃대가 안 올라온다거나 꽃봉오리는 생기는데 피지 않고 떨어진다면, 어딘가 환경이 맞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마트에서 들여온 제라늄이 몇 달 동안 꽃을 안 피워서 그냥 잎만 무성하게 자라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원인이 은근히 다양하더라고요
제일 흔한 이유는 빛 부족입니다. 제라늄은 생각보다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해요. 반음지에서도 살긴 하지만 꽃을 피우려면 하루에 최소 4-6시간 정도는 해가 잘 드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직사광선도 어느 정도는 견디는 편이라 베란다 창가에 두는 게 가장 이상적이에요. 실내 깊숙한 곳이나 북향 창문 근처에 두면 잎은 자라도 꽃은 안 피울 가능성이 높아요. 꽃은 말 그대로 ‘남는 에너지’로 피우는 건데, 기본적인 햇빛이 부족하면 식물 입장에서도 사치일 수밖에 없거든요
두 번째로는 거름 문제입니다. 영양은 풍부하게 줬는데도 꽃이 안 피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럴 땐 질소 과다를 의심해볼 수 있어요. 질소 성분이 많은 비료는 잎은 무성하게 자라게 만들지만, 정작 꽃눈은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요. 그래서 꽃을 보려면 인산과 칼륨 성분이 많은 ‘개화용 비료’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인산이 꽃눈 분화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료를 줄 때는 성분표를 한 번쯤 확인해보시는 게 좋아요
세 번째는 가지치기입니다. 제라늄은 위로만 키우면 꽃이 적게 피고 줄기만 웃자라는 경향이 있어요. 일정 주기로 끝순을 잘라줘야 옆으로 가지가 퍼지고 그 가지마다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거든요. 한 번 꽃이 피고 지고 나서 그대로 두면 씨앗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써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꽃이 졌다면 바로바로 잘라줘야 다음 꽃이 올라올 힘을 다시 모을 수 있습니다
물도 마찬가지예요. 제라늄은 과습에 꽤 약한 편이라 흙이 완전히 마른 다음에 주는 게 기본이에요. 너무 자주 물을 주면 뿌리가 약해지고, 뿌리가 약하면 역시 꽃대 형성에 에너지를 못 써요. 뿌리가 건강해야 줄기와 꽃까지 자라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막상 키우다 보면 물 줄 타이밍을 자주 헷갈리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온도와 계절이에요. 제라늄은 원래 따뜻한 지역이 원산지라서 밤온도가 너무 낮으면 꽃눈이 형성되기 어려워요. 봄부터 가을 초반까지는 잘 자라지만,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에는 꽃이 거의 안 피거나 아예 휴면에 들어가기도 하거든요. 이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꽃이 안 피는 건 보통 한 가지 원인이라기보다는 환경 전반의 균형이 어긋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햇빛, 비료, 가지치기, 물주기, 온도 이 다섯 가지를 한번씩 체크해보시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가끔은 그저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식물의 템포에 맞춰 기다려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