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보험을 가입할 때 대부분은 “여행지에서 사고 나면 보장받을 수 있는가?”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가입 절차를 밟다 보면 묻지도 않았던 항목들이 슬쩍 포함되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되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내 치료 보장’입니다. 얼핏 보면 더 보장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지만, 상황에 따라선 굳이 포함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보험료 절감입니다. 여행자보험의 핵심은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에 대비하는 것이지, 귀국 후 국내에서 받는 치료까지 보장받는 게 목적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국내 치료 보장이 포함되면 보험료가 불필요하게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 기간이 짧을수록 그 부담은 더 도드라지게 느껴집니다. 단기 여행이라면 굳이 그 부분까지 챙기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요.
또한 국내에서는 이미 건강보험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서, 귀국 후 진료를 받더라도 본인 부담금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해외에선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나올 수 있는 진료비가, 한국에선 몇 만 원으로 끝나는 경우가 흔하죠. 이 때문에 국내 치료 보장은 실제로 큰 금전적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보험료만 오르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국내 치료 보장을 제외할 때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귀국 직후 바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보험 적용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 중 발생한 사고로 귀국 후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 보장을 제외했다면 그 비용은 전적으로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따라서 치료가 지연돼도 괜찮은 상황인지, 아니면 급하게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 여행인지 판단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받은 치료가 미흡하거나 응급처치만 받고 돌아오는 경우도 고려 대상입니다. 이런 경우 국내에서 이어지는 진료가 중요할 수 있는데, 이때는 보장 유무가 꽤 민감하게 작용합니다. 만약 장기 여행이거나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동(트레킹, 스키, 다이빙 등)을 계획하고 있다면, 국내 치료 보장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여행자보험은 ‘불안함을 덜어주는 도구’입니다. 덜어야 할 불안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잘 따져보고, 본인에게 꼭 필요한 보장만 남기는 게 가장 현명한 가입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즐거운 계획 속에서 보험이 꼭 부담이 될 필요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