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줄 일이 생기면 대부분 ‘믿고 빌려줬다’라는 말을 쉽게 하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꼬이면 서로의 기억은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에요.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차용증입니다. 말보다는 글, 구두 약속보다는 문서가 훨씬 분명하게 증거가 되니까요.
차용증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사실을 서면으로 명확히 남긴 문서예요. 작성 시기는 돈을 빌려주는 시점과 최대한 가까운 시점이 가장 좋아요. 즉, 돈을 송금하기 직전 혹은 직후가 적절한데, 가장 이상적인 건 돈을 주기 전에 먼저 차용증을 작성하고 서명을 받는 거예요.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그때 이미 서로의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입증할 수 있습니다.
차용증에는 꼭 포함되어야 할 항목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차용인과 채권자의 이름, 연락처, 주소, 차용 금액, 이자율(있다면), 상환기한, 상환 방식, 연체 시 조치 등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해요. 단순히 ‘돈을 빌려줌’이라는 문장만 있으면 법적 효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상세하게 적는 게 중요합니다.
차용증의 법적 효력은 서명이 있으면 충분히 인정돼요. 굳이 공증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만약 고액이거나 오랜 기간 동안의 계약이라면 공증까지 받아두는 게 더 안전해요. 공증을 받으면 나중에 민사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강제 집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훨씬 강력한 효력을 갖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소멸시효예요. 일반적으로 돈을 빌린 후 10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받을 생각이라면 중간에 ‘독촉’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시효를 갱신해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어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문서 작성이 오히려 어색할 수 있지만,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차용증은 챙겨두셔야 해요. 나중에 서로의 기억이 다를 때, 단 한 장의 문서가 그 모든 논쟁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