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히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여파로 인해 국회와 정부가 기존 제도나 법률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최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그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사소송에서의 변호사 강제주의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는 최근 ‘가사소송에서 변호사만 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조항은 일반 시민이 직접 소송에 참여하지 못하고,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재판 접근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인해 법무부와 국회는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변호사 강제주의를 완화하거나 일정한 요건 하에 본인이 직접 소송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처럼 헌재 결정은 법률 개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됩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도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당시 헌재는 법 자체가 위헌은 아니지만 현행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며, 2020년까지 새로운 법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기한 내에 관련 법률을 개정하지 못했고, 결국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해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낙태 관련 법률은 공백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의료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헌재의 결정이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더라도 국회의 입법 활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위헌 심사 가능성
최근에는 언론사의 허위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위헌 논란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언론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헌재의 판단에 따라 이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해당 제도의 전면 재검토 및 법률 개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입니다.
즉,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헌재의 판단이 향후 입법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습니다.
결정 이후의 실무 변화도 주목할 필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히 법 조항의 삭제나 개정뿐 아니라, 관련 행정절차나 실무 지침의 변화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의 성별 정정 요건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법원과 행정기관은 기존보다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었고, 법무부도 관련 절차 개선에 나섰습니다.
결국 헌재의 결정은 단지 헌법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의 제도와 절차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결정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그에 따라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