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가까이 두고 살다 보면 한 번쯤 ‘소형선박을 내 손으로 몰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낚시를 좋아하시거나, 가족과 함께 조용한 항해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하지만 막상 선박을 구매하려고 보면 생각보다 따져야 할 게 많습니다. 단순히 ‘크기’나 ‘가격’만 보고 결정하기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어요.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건 사용 목적입니다. 낚시용인지, 레저용인지,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인지에 따라 적합한 선박 종류가 달라집니다. 같은 소형선박이라도 속도 중심의 보트와 안정감 있는 바지선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주로 바다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를 먼저 확실히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조종면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톤 미만의 소형 선박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동력기관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가 필요합니다. 구매 전 면허 취득 요건과 절차를 반드시 확인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면허 운항은 단속 대상이며, 벌금도 상당히 큽니다.
선박 유지 비용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한 구매 가격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엔진 점검, 선박 검사, 해상보험, 보관 장소 이용료 등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선박을 계류해 둘 마리나 시설을 미리 확보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애를 먹을 수 있어요.
선박 안전장비도 중요합니다. 구명조끼, 신호탄, 소화기 같은 기본 장비는 법적으로 의무사항이기도 하고, 실제 위급 상황에서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필수품입니다. 중고 선박을 구매하시는 경우라면 장비의 유효 기간이나 작동 여부도 꼭 체크하셔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보험입니다. 바다 위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보험이나 종합보험에 반드시 가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박 손상뿐 아니라 인명 사고에 대비한 보장까지 포함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보셔야 해요.
끝으로, 중고 선박일 경우 등록 이력이나 사고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관만 보고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우니,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선박 정비 이력을 꼼꼼히 요청해서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바다를 누비는 자유는 분명 멋진 일이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계획하면, 소형선박은 단순한 탈것이 아닌 특별한 삶의 방식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